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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째서 연애게임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가



(브금은 옵션)

억수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집에 놀러왔던 친구(男)를 배웅해주느라 우산을 들고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맞은 편에서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비를 흠뻑 맞으면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저러다 감기걸리겠다'라는 순수한 첫 마음은 찰나의 순간에 '우산을 씌워주고 목적지까지 바래다주면 혹시...'하는 변태라는 이름의 신사적인 흑심으로 바뀌었다. 마음은 그럴지언정, 일단 배웅해주던 친구에 대한 의리가 있기도 하고, 함부로 말걸었다가 진짜 변태취급받을까봐 그냥 지나쳐버렸다.
친구를 돌려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길까지 가봤지만 시간이 꽤 흐른 터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미 집에 들어갔는지도 모를 일이고.

물론 내가 실제로 우산을 씌워주는 신사도를 발휘했다고 하더라도 1.그녀가 거절하거나 2. 목적지까지 우산을 씌워주는 것으로 끝나거나 하는 평범한 결말로 끝났을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미소녀게임이었다면 어떨까?

'친구를 배웅한다'를 선택 -> 빗속의 만남 이벤트 플래그 성립
'우산을 씌워준다'를 선택 -> 새 캐릭터와의 플래그 성립
이라는 수순으로 이벤트가 진행되었을 것이며, 내 자신이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저없이 우산을 씌워주는 선택지를 골랐을 것이다.

게임에서라면 당연히 고를 선택지지만 막상 현실에선 용기도 없고 체면이나 차리느라 막상 그 중요한 선택지점을 계속 놓치고 있는겠지. 그래서 나는 우아한 싱글라이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한 번인 인생, 조금은 뻔뻔하게 살아야 즐겁지않을까.

너무 자주 인용되서 출처를 일일이 다 적을 수 없을 정도지만,
"슛을 쏘면 점수를 얻을 수도, 못 얻을 수도 있지만, 슛을 쏘지 않으면 점수는 영원히 얻을 수 없다."
라는 대사가 생각난다.

오늘도 갑자기 밤에 장대비가 쏟아지길래 다시 한 번 후회해본다.

by 헬로키티 | 2011/06/29 01:08 | 잡談 | 트랙백 | 덧글(4)

늑대와 향신료의 모티브가 되는 유럽의 곡물 정령 이야기

이글루스에서 '현서/푸른꽃'님이 쓰신 라이칸스로프와 자본주의적 우울 - 하세쿠라 이스나, <늑대와 향신료>라는 포스팅을 보고 생각나서 써보는 포스팅이다.

늑대와 향신료는 상당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그에 비해서 아직 라노베를 전부 읽진 못했지만) 확실히 작가는 중세 말기의 유럽에 대해서 여러가지 저작들을 읽어보았던 것 같다.

특히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로렌스와 호로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첫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달밤에 비춰진 호로의 나신(裸身)이 인상깊어서는 아니다...) 여기에서 묘사되는 파슬로에 마을의 추수 관습은 실제 유럽에 퍼져있었던 관습이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 보면 농경, 수확과 관련된 곡물 정령, 곡물의 신 등에 관한 부분중에 제48장 동물로서의 곡물 정령이 나오는데 소설속의 파슬로에와 일치하는 추수 전통들이 언급된다. 제48장의 두번째 파트는 "늑대나 개로서의 곡물 정령"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프랑스, 독일, 슬라브 등지에서는 "늑대가 곡물 위를 달린다", "늑대가 곡물속에 있다" 등의 말, 그리고 수확제에서의 늑대의 곡물정령의 화신으로서의 역할이 나온다.

특히 '현서 / 푸른꽃'님이 포스팅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슐레지엔 지방의 메클렌부르크의 수확제는 파슬로에 마을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 지방에선 최후의 곡물 포기에 "늑대"가 앉아있다고 해서 마지막 포기를 베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사람들이 늦지 않으려고 (마지막 포기를 베지 않으려고) 서로 경쟁적으로 일하게 하려는 의미도 있는 듯 하다. 마지막 포기를 묶은 여자를 "늑대"라고 부른다는데, 여러 지방에서 이렇게 추수한 마지막 포기(곡물늑대)는 창고나 집에 보관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확실히 유럽의 이러한 추수제를 모티브로 소설을 기획한 듯 싶은데, 이 작품에는 이외에도 중세~르네상스시기 유럽의 화폐제도나 교권(로마 카톨릭)의 약화 등등,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언젠가 작가가 제목을 따왔다는 "황금과 향신료"라던가 그 외 관련 서적들도 읽어보고 싶다.


p.s. 개인적인 망상이지만, 하필 늑대신인 현랑 호로의 이름이 "호로"인 것은, 어쩌면 시튼의 저 유명한 커럼포의 왕 '로보'에서 따온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수년간 인간들을 농락하면서 커럼포 일대의 늑대왕으로 군림한 전설적인 존재인데다가, 반려였던 블랑카의 죽음으로 야기된 슬프고 로맨틱한 최후는 비록 성별은 바뀌었지만, 로보라는 단어를 "늑대" "지혜" "로맨스" 등의 단어와 연관시키기 때문이다. 억지같이 들리지만 로보의 일어표기 ロボ를 역순으로 쓰고 탁음 ボ를 청음인 ホ로 바꿔주면 ホロ(호로)가 된다.
참고로 로보(Lobo)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에서 늑대를 의미한다.

by 헬로키티 | 2010/11/14 05:00 | 잡談 | 트랙백 | 덧글(4)

Angel Beats!와 원더풀 라이프

Angel Beats!를 보면서 떠올랐던 영화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Angel Beats!는 나름 호불호가 갈렸던 작품이었는데, 긍정적 평가로는 삶이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건지 감동적으로 표현했다는 (원작자인 마에다 쥰이 의도한대로) 의견이 있고, 부정적 평가로는 게임에서나 통했을 최루성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던가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다라는 말도 많더군요. 제가 아는 사람도 처음 두 에피소드를 보고는 "향신료를 잔뜩 집어넣어서 억지로 맛을 넣은 음식"같다는 평을 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맛인 걸까요?

Angel Beats!의 주제 자체가 "Wonderful Life"라는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에다 쥰의 스타일이란 것이 (그 사람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본 건 아니지만) 삶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죽음이라는 장치를 넣는다는건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사실 "Wonderful Life"라는 구절은 마에다 쥰을 잘 아시는 분이라면 클라나드의 외전격인 "토모요 애프터"의 정식 이름이라는 것도 잘 알고 계시겠죠. (智代アフター 〜It's a Wonderful Life〜)

하지만 저는 보면서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98년 작품 "ワンダフルライフ"(원더풀 라이프)가 떠오르더군요.

마에다 쥰도 이 영화를 봤을 거라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에다 쥰은 Angel Beats!에 '청춘'이라던가 '모에요소'등을 집어 넣었기 때문에 두 작품의 분위기는 판이하지만 말입니다.


일단 영화 '원더풀라이프'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드리자면, (주의: 조금 영화내용을 미리 누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으면 학교같은 '시설'에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은 각각의 담당자가 정해지고 사흘동안 자신이 살아있을 때에 가장 인상깊었던 추억을 정하게 됩니다. 일단 추억이 정해지면 다시 며칠간 그 추억을 영화를 촬영하듯 재현하고, 마지막날 (일요일)에 모두가 함께 촬영한 추억들을 상영합니다. 상영하는 동안 자신의 추억을 보면서 죽은 이들은 사라지고(일본식으로 말하자면 성불) 다시 새로운 한 주 (월요일)이 시작되면 또 새로운 죽은 이들이 시설로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공통점은

1. 사람들이 죽으면 학교로 보내진다, 물론 모두 생전의 기억은 유지한다
2. 죽은 사람들은 "죽음"자체는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삶이나 "성불"하는 행위등에는 반감을 보이기도 한다
3. 다른 사람들, 또는 시설의 사람들과 접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최종적으로는 대부분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것이었는가를 깨닫는다
4. 타인들이 성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사실 자신들이야말로 성불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 이들이다
5. 최종적으로 타인들을 성불시키면서 자신들도 성불하게끔 된다

등등이 있습니다.

즉, 기본적인 플롯인 "사람이 죽으면 학교로 가고, 거기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이후 만족을 느끼게되면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게 죽은 후의 삶(After life)이다"라는 것이 공통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부분을 마에다 쥰이 영화를 보면서 착상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ngel Beats!를 보면서 초반에 이와사와가 소멸할 때 이미 그렇게 될 거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는 굳이 "영화상영"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소멸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생에 대한 만족"같은 것을 느끼는 순간 미련이 없어지면서 성불하는 것이니까요 (일본의 전통적인 믿음도 그렇고)

다만, Angel Beats!에서는 '청춘'이라는 또 하나의 키워드를 위해서 전부 10대들만 가는 학교를 설정하고, 등장인물들도 그 또래에 죽은 이들로만 되어있기 때문에 삶을 바라보는 방법이나 고뇌같은 것도 10대들의 그것들이 많습니다. (꿈, 장래희망, 하고 싶었던 것들 등) 이런 것들이 SSS단이니 총질하는 하루히유릿페등 모에요소를 섞으면서 조금은 나이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회고하는 느낌의 영화와는 달리 좀 더 투쟁적이고 강렬한 '인생에의 갈구'를 표현한 Angel Beats!만의 개성이 되었죠.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해외에서는 나름 인정받아서 여러가지로 수상도 하고 알려졌지만(낭트영화제 그랑프리, 토리노영화제 최우수각본상,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그랑프리 등) 정작 일본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긴해도 마에다 쥰이 이 영화에서 어떤 힌트를 얻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군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합니다 ^^



by 헬로키티 | 2010/08/05 03:14 | 잡談 | 트랙백 | 덧글(0)

[잡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주인공 Kyon의 본명에 대한 추측

인기 라이트노벨 시리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 보면 실제 주인공인 Kyon은 아직까지 본명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한데, 이번에 스즈미야 하루히 2기의 "스즈미야 하루히의 한숨"편에서 찾았습니다.

한숨편 시작은 악명높은 엔들리스 에이트 후의 2학기 운동회인데, 부(서클)대항 릴레이에서 SOS단원들은 하루히가 생각한 복장과 깃발을 지니고 달립니다. 이 때 머리띠에 4자성어들이 써있는데 이 4자성어들이 한 글자씩 본인들의 이름자에서 딴 것입니다.

1. 스즈미야 하루히 (涼宮ハルヒ) - 소춘일화 (小春日和)

하루히의 이름은 카타카나로 쓰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하루히라는 이름의 한자표기는 春日가 많죠. 위의 4자성어에도 2자(春과 日)나 공통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2. 나가토 유키 (長門有希) - 억만장자 (億萬長者)

나가토의 경우 나가토의 長자가 들어갑니다.

3. 아사히나 미쿠루 (朝比奈みくる) - 전인미답 (前人未踏)

미쿠루의 경우도 히라가나로 표기하지만, 미쿠루가 미래에서 왔다는 의미에서 未来る(또는 未来)라는 한자에서 왔다면 未자가 들어갑니다.

4. 코이즈미 이츠키 (古泉一樹) - 고금동서 (古今東西)

코이즈미의 경우 古가 들어가는군요

5. Kyon - 위기일발 (危機一髮)

이제 문제의 Kyon군의 차례입니다. 위기일발의 한자중에서 危같은 한자는 의미 때문에라도 사람 이름엔 안 쓰고, 髮같은 것도 본 적이 없군요. Kyon이라면 Ky-라는 의미에서 機자라도 들어가나 싶지만, 機도 사실 일본이름에서 드문 것 같고.
그럴 경우 一자가 들어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단, 一이 일본 이름에서 Kyon과 비슷한 발음으로 (ki-나 o-등) 되는 경우가 없으므로, 생략된 부분이라고 가정해보면
쿄우이치로(주로 京一郎나 恭一郎 등으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Kyouichirou의 경우 줄인 애칭은 Kyon이라고 할 수도 있고, 실제로 일본인중에 쿄우이치로라는 사람이 인터넷에 kyo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걸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즈미야 시리즈를 읽고 그런건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까지야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만, 일단 機자나 一자가 들어가고, 특히 一의 확률이 높다는 가정하에서 Kyouichirou라는 이름일 수 있다고 추측해봤습니다.

그리고 9권 '스즈미야 하루히의 분열'에 보면 Kyon의 중학교때 친구인 사사키가 Kyon의 본명에 대해서 "어쩐지 고귀하고 거창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라는 식으로 평하는데, 京一郎같은 경우 나름 일본에서 고풍스러운 이름이라서 이에 어울릴 듯도 합니다.

작가도 그냥 별명으로 부르는게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하는거 보면 앞으로 본명이 밝혀질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추측해보았습니다.

p.s. Kyon의 본명이랑 아무 상관없지만 京一郎일 경우 쿄-애니(京アニメ)와 쓸데없는 접점도 생기겠군요 -_-

by 헬로키티 | 2010/06/25 02:27 | 잡談 | 트랙백 | 덧글(3)

심슨 가족에도 루저의난이?!


11월 22일 방송된 The Simpsons 시즌21 에피소드6 Pranks and Greens에서 루저가 연발되서 한참 웃었습니다.

에피소드 내용은 크게 마지쪽 이야기(건강식품 관련)과 바트쪽 이야기(역대 최고의 장난을 쳤던 앤디 해밀턴과 친해지는)로 나뉘는데요, 바트쪽 이야기에 보면 학창시절 온갖 악동짓을 다했던 19세의 앤디 해밀턴이 나옵니다. 첨엔 바트가 영웅처럼 따라다니는데 그걸보고 리사가 루저라고 놀리죠.

이 에피소드에서 루저는 '공부는 안하고 악동짓만 하다가 19세 무직'이 되어버린 앤디와 그걸 존경하는 바트를 한심하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리사가 여러번 내뱉습니다만, 말하는 타이밍이나 내용이 너무 적절해서 웃겼습니다.

방송으로 그냥 본 거라서 녹화를 하거나 스크린샷을 찍지 못해서 아쉽군요.

대충 기억나는게 바트가 앤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말하는걸 리사가 루저라고 하거나, 바트와 앤디를 보고 리사가 둘을 가리키며 "그래 니네들은 위너다, 위너, 자라서 너네같은 위너랑 결혼해야지"라고 비꼰다던가 손가락으로 L자 모양을 만들어서 이마에 대는 등, 오늘 리사의 '루저드립'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그 외에는 Cool~에서 Tool~이 되어버린 스키너 교장의 과거등이 재미난 에피소드였습니다.

by 헬로키티 | 2009/11/23 11:19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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