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 Beats!를 보면서 떠올랐던 영화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Angel Beats!는 나름 호불호가 갈렸던 작품이었는데, 긍정적 평가로는 삶이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건지 감동적으로 표현했다는 (원작자인 마에다 쥰이 의도한대로) 의견이 있고, 부정적 평가로는 게임에서나 통했을 최루성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던가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다라는 말도 많더군요. 제가 아는 사람도 처음 두 에피소드를 보고는 "향신료를 잔뜩 집어넣어서 억지로 맛을 넣은 음식"같다는 평을 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맛인 걸까요?
Angel Beats!의 주제 자체가 "Wonderful Life"라는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에다 쥰의 스타일이란 것이 (그 사람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본 건 아니지만) 삶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죽음이라는 장치를 넣는다는건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사실 "Wonderful Life"라는 구절은 마에다 쥰을 잘 아시는 분이라면 클라나드의 외전격인 "토모요 애프터"의 정식 이름이라는 것도 잘 알고 계시겠죠. (智代アフター 〜It's a Wonderful Life〜)
하지만 저는 보면서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98년 작품 "
ワンダフルライフ"(원더풀 라이프)가 떠오르더군요.
마에다 쥰도 이 영화를 봤을 거라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에다 쥰은 Angel Beats!에 '청춘'이라던가 '모에요소'등을 집어 넣었기 때문에 두 작품의 분위기는 판이하지만 말입니다.
일단 영화 '원더풀라이프'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드리자면, (
주의: 조금 영화내용을 미리 누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으면 학교같은 '시설'에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은 각각의 담당자가 정해지고 사흘동안 자신이 살아있을 때에 가장 인상깊었던 추억을 정하게 됩니다. 일단 추억이 정해지면 다시 며칠간 그 추억을 영화를 촬영하듯 재현하고, 마지막날 (일요일)에 모두가 함께 촬영한 추억들을 상영합니다. 상영하는 동안 자신의 추억을 보면서 죽은 이들은 사라지고(일본식으로 말하자면 성불) 다시 새로운 한 주 (월요일)이 시작되면 또 새로운 죽은 이들이 시설로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공통점은
1. 사람들이 죽으면 학교로 보내진다, 물론 모두 생전의 기억은 유지한다
2. 죽은 사람들은 "죽음"자체는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삶이나 "성불"하는 행위등에는 반감을 보이기도 한다
3. 다른 사람들, 또는 시설의 사람들과 접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최종적으로는 대부분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것이었는가를 깨닫는다
4. 타인들이 성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사실 자신들이야말로 성불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 이들이다
5. 최종적으로 타인들을 성불시키면서 자신들도 성불하게끔 된다
등등이 있습니다.
즉, 기본적인 플롯인
"사람이 죽으면 학교로 가고, 거기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이후 만족을 느끼게되면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게 죽은 후의 삶(After life)이다"라는 것이 공통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부분을 마에다 쥰이 영화를 보면서 착상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ngel Beats!를 보면서 초반에 이와사와가 소멸할 때 이미 그렇게 될 거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는 굳이 "영화상영"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소멸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생에 대한 만족"같은 것을 느끼는 순간 미련이 없어지면서 성불하는 것이니까요 (일본의 전통적인 믿음도 그렇고)
다만, Angel Beats!에서는 '청춘'이라는 또 하나의 키워드를 위해서 전부 10대들만 가는 학교를 설정하고, 등장인물들도 그 또래에 죽은 이들로만 되어있기 때문에 삶을 바라보는 방법이나 고뇌같은 것도 10대들의 그것들이 많습니다. (꿈, 장래희망, 하고 싶었던 것들 등) 이런 것들이 SSS단이니 총질하는
하루히유릿페등 모에요소를 섞으면서 조금은 나이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회고하는 느낌의 영화와는 달리 좀 더 투쟁적이고 강렬한 '인생에의 갈구'를 표현한 Angel Beats!만의 개성이 되었죠.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해외에서는 나름 인정받아서 여러가지로 수상도 하고 알려졌지만(낭트영화제 그랑프리, 토리노영화제 최우수각본상,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그랑프리 등) 정작 일본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긴해도 마에다 쥰이 이 영화에서 어떤 힌트를 얻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군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합니다 ^^